2022년은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한 해라고 할 수 있다. 3개의 동아리, 1개의 커뮤니티에 들어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4번의 MT, 6번의 여행을 가며 코로나 기간 놀지 못한 한을 풀었다. 또 6개의 스터디를 하며 지식을 쌓았고, 5개의 프로젝트를 하며 개발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 당연히 양보단 질이 중요하지만 이정도 양이면 스스로에게 열심히 살았다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2022년에 생긴 모든 에피소드를 적다 보면 글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대학 생활 위주로 적어보려고 한다.
1월
1월에는 ‘출석하는 동안’ 프로젝트를 했다. 학생 정보를 관리하고 출석을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는데, 백엔드 응애 시절이라 DB 파트로만 참여했다. 이때 처음으로 SQL문을 공부하면서 백엔드 개발에 눈을 뜨게 되었고, left join이 어쩌구, 쿼리 최적화가 어쩌구.. 하면서 열심히 언니들을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2월
2월에는 지옥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올해는 동시에 여러 활동을 하느라 힘들었는데 그 시작은 2월이었다. 동기들과 태그별 카페 추천 앱인 ‘홍카추’를 개발하며 Flutter 공부를 했고, ICPC 신촌 동아리에선 알고리즘 강의를 들었다. 교내 교무처 근로도 이때 시작했다.
교무처에 들어가니 경영학과, 판화과, 역사교육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컴공생 사이에서만 지내다가 타과 사람들을 만나니 각 과의 다양한 이야기와 인사이트들을 들을 수 있어서 새롭고 흥미로웠다. 처음엔 교무처의 왕고라 불리는 선배를 조금 무서워했었는데.. 신입이라고 잘 챙겨주셔서 6개월의 근로 생활을 하는 동안 일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재밌게 지낼 수 있었다. 그 선배가 알려준 것 중엔 비를 안 맞고 R동에서 C동 가는 법, 쫄지 않고 교수님들께 메일 보내는 방법도 있었다. 1년동안 비대면 수업을 하다 처음 학교에 온 새내기에겐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다.
3월
3월에는 이름 앞에 새로운 수식어들이 달렸다. 멋쟁이사자처럼 대학 10기 김다연, 하이아크 운영진 김다연처럼 말이다. 2월 말에 봤던 멋사 백엔드 멤버 면접과 하이아크 운영진 면접을 둘 다 붙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멋사 같은 큰 연합 동아리는 프로젝트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3학년에나 가능한 거로 생각했는데, 개발 공부를 일찍 시작한 덕인지 운이 좋게도 2학년을 시작하며 바로 연합동아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21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iOS 스터디로 꼽았다면, 2022년은 멋쟁이사자처럼 동아리라고 할 수 있다. 멋사에서 활동하며 기획/디자이너, 프론트 개발자와 협업 경험을 쌓았고, 무박 2일 해커톤에 참여해 밤샘코딩의 참맛도 경험했다. 멋사를 졸업한 지금도 여전히 부족한 코린이지만 그래도 배포한 웹서비스가 하나 생긴 걸 생각하면 전에 비해 멋사 활동을 하며 많이 성장한 것 같다.
하이아크 운영진은 블뎁 멤버이자 대학 동기인 지수의 추천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들어갈까 말까 한 달을 고민했는데 괜히 고민한 것 같다. 운영진 활동을 하며 부서 간 협업, 학회원과의 소통, 재정 관리 능력을 기르게 되었고, 알고리즘에 진심인 동료들도 얻었다. 또 이때의 운영 경력을 인정받아 GDSC 코어멤버로 합류할 수 있었고, 얼마 전엔 학회장님의 추천으로 교수님께 학부연구생을 제안받기도 했다. 2월의 나에게 운영진을 권유해준 지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4월
4월에는 BlazingDev이 시즌 2를 맞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블뎁은 개발 커뮤니티인데 21학번 컴공 중 열심히 산다~ 싶은 사람들은 다 여기 모여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블뎁 사람들끼리 모여 장고 스터디, 알고리즘 자기주도학습동아리 등 소규모 스터디를 만들어 공부했다. 짬짬이 점심 번개, 한강 치맥, 떡볶이팟, 보드게임, 야구 경기 직관을 하며 추억도 쌓았다. 블뎁 이야기를 하면 술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아주 징하게 마시고 다녔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친구들이나 교회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다연이가 술을 마신다고??하고 놀랄 지 모르겠지만.. 블뎁이랑 놀면서 편의점 의자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실 줄 아는 어른이 되었고, 초록병 개수를 세며 막차 끊길 때까지 놀 수 있는 정신력도 생겼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즐길 수 있을까… 덕분에 2학년을 후회없이 즐기면서 보냈다. 블뎁은 공부할 땐 공부하고 놀 땐 놀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렇게 놀면서도 각자 관심있는 분야 공부해 학부연구생이 된 친구들도 여럿 있고, 42서울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친구도 있다. 졸업할 때까지 이 모임이 해체되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5-6월
3-6월 학기 중에는 공부, 공부, 공부의 연속이었다. 논리회로설계 및 실험, 객체지향프로그래밍, 확률과 통계 전공 수업을 들으며 매주 쏟아지는 과제를 해결했고, CS 지식을 단계단계 쌓아나갔다. 동아리에선 여러 스터디가 진행되었다. 하이아크에선 초급 스터디를 하며 DP, 그리디, 그래프탐색 등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학습했고, 멋사에선 제공해준 likelion 강의를 들으며 Django를 공부했다. 강의 중엔 HTML, CSS, JavaScript 강의도 있어서 웹프론트에 대한 얕은 지식도 얻을 수 있었다. 블뎁에선 ‘장고열명타요’라는 스터디를 만들어 장고를 공부하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API 명세, REST API, 장고 CRUD, 인증/인가 등을 공부했다.
이렇게 많은 수업과 스터디를 소화하려면 절대적인 공부량을 늘려야만 했다. 공부량을 늘리기 위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능력을 길렀다. 자기 전에 유튜브 보는 시간, 길에서 버리는 통학 시간, 무의미하게 남의 피드를 구경하는 시간을 모아모아 개발 공부에 활용했다. 무리하게 수면 시간을 줄여 3시간 더 공부하는 것보다 자투리 시간 3번을 모아 공부하는 것이 효율이 더 높았다. 자투리 시간은 길어야 20 ~ 30분이니까 딴짓하지 않고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 공부량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아, 근로하면서 중간중간에 공부한 것도 한몫했다. 근무하면서 공부를 했다니.. 월급루팡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교무처 업무 특성상 학기 초반에는 미친 듯이 바쁘지만, 학기 중에는 업무가 적었다. 덕분에 짬짬이 개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7월
7월에는 여행을 다녔다. 콕 MT와 블뎁 MT가 있었고, 홍카추 멤버끼리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 생활 로망 중 하나였던 MT에선 술게임을 많이 배웠다. 콕 MT에서 슛돌이라는 게임을 배웠는데, 한 번 시작하면 3시간이 증발해버리는 무시무시한 게임이었다.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었다. 현지, 동현이, 서영이, 지연이, 혁이 다 MT에서 친해진 친구들이다. 제주도 여행은 낭만이 가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여벌 옷도, 물기를 닦을 수건도 없이 바다에 퐁당 빠진 사건이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바다에 뛰어들어가 신나게 놀고, 물 뚝뚝 흘리며 숙소까지 걸어갔다. 여름이었다..ㅎㅎ
8월
1학기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이것 저것 많은 활동을 하면서도 전공 평점을 목표했던 4.5로 유지해 성공한 학기였다. 그러나 욕심을 많이 부려서 일까? 이때쯤 번아웃이 왔다. 교내 근로, 멋사 활동과 프로젝트, 하이아크 운영진 활동, GDSC 멤버 리쿠르팅 준비, 홍카추와 도마잎 프로젝트, 교육봉사... 이 모든 활동을 동시에 했으니 번아웃이 올만 했다. 내가 생각해도 어떻게 소화했지 싶은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번아웃과 함께 자존감도 바닥을 찍었다. GDSC 코어멤버 리쿠르팅를 하며 지원자들의 자소서와 깃헙을 보게 되었다. 1, 2학년 때부터 쌓아온 그들의 휘황찬란한 프로젝트와 활동을 보니 내가 한 활동들이 초라하게 느껴지며 자존감이 떨어졌다. Flutter부터 Django까지 프레임워크도 여럿 다뤄봤고, 진행한 프로젝트도 4개나 됐지만 보여줄 만한 결과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가 없었던 건 개발 분야를 최대한 많이 접하고 3학년이 되기 전에 진로를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에 여러 분야를 찍먹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프로젝트의 깊이가 얕아졌다. 여러 분야를 탐색한 덕분에 2학년을 마치기 전에 백엔드 개발자로 진로를 정하는 값진 결과를 얻었지만, 그때의 나에겐 눈앞의 결과물이 더 중요했다. 2학년의 절반이 지나가는데 정확히 아는 내용이 없고 자신있게 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나를 작게 만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번아웃과 우울감으로 대학 생활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저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2학기에는 개수를 줄이고 활동 하나하나의 깊이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다시 밝은 분위기로 돌아오자!!
9월
9월에는 끝과 시작이 있었다. 멋사먹자를 배포하며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멋사 먹자는 React와 Django로 개발한 홍대생 맛집 지도 웹서비스이다. 멘토 없이 프로젝트 경험이 전혀 없는 초짜 개발자들끼리 시작한 프로젝트라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 환경 세팅하는 데만 2주가 걸렸고 CORS 에러를 해결한다고 코드 바꾸다 브랜치 3개를 날리기도 했다. 막판에는 커밋이 꼬일까 봐 하나의 컴퓨터에 3명이 달라붙어 말로 코딩하고 1명이 타이핑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쓰기도 했다. 이렇게 고난이 많았는데도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서로를 의지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팀원들 덕분이다. 팀장/디자이너/프론트를 모두 맡은 킹갓 아현 언니, 경영에서 뺏어온 프론트 인재 동렬 오빠, 구글링의 신 민영이, 분위기 메이커 수진 언니, 기획자이자 큐레이터로 맹활약한 민우 오빠 최고!!
근로를 그만두었다. 꿀알바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번아웃이 와서 어쩔 수 없었다. 그만둔다고 하니 같이 일했던 언니, 오빠들은 혼자 일할 수 있게 다 가르쳐놨더니 바로 나간다고 놀리면서도 열심히 공부하려고 나가는 거니까 응원한다고 말해주었다. 일을 가장 많이 시키셨던 과장님도 아쉬워하셨다. 마지막 날에는 명함까지 주시면서 꼭 연락하고 지내자며 응원해주셨다. 근로에서 만난 분들 모두 따듯한 분들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GDSC가 시작되었다. 하..지뎃시는 할 말이 정말 많다. 어느 정도로 많냐면 너무 많아서 적기 싫을 정도다. 그래서! 지금 안 적을거다 나중에 적어야지 하하.. 뭐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멤버를 모집했으며, 2주에 한 번씩 데브톡을 열었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났다. 끝!
10-11월
10-11월에는 공부 시즌이 돌아왔다. 2학기에는 자료구조 및 프로그래밍, 데이터 통신, 어셈블리언어 및 실습, 이산 수학 수업이 있었다. 입학하고 나서 들은 수업 중 2학기에 들은 데이터 통신 과목이 가장 재미있었다. 멋사먹사를 배포하면서 공부했던 방화벽, IP 테이블, 라우팅, TCP/IP, HTTPS 내용들이 그대로 데이터 통신 수업에 나와서 반가웠다. 프로젝트 할 때 구글링한 다음 아~ 그렇구나하고 그냥 넘어갔던 부분을 수업에서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어셈블리어 과제도 재미있었다. 함수를 호출하고 이중 for문을 돌리는 간단한 과제였는데 함수를 호출 때 Stack 공간의 변화, 변수를 쓸 때 Heap 공간이 할당되는 과정을 공부할 수 있었다. 역시 컴공은 모르는 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12월
12월에는 1년 동안 수고한 나에게 휴가를 줬다. 운영진 일과 공부를 잠시 내려놓고 온전한 자유를 누렸다. 머리 아플 때까지 잠도 자고, 드라마도 정주행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영상도 질릴 때까지 봤다. 지수랑 오사카로 여행도 다녀왔다. 유튜브에서 봤던 오니기리, 야키소바를 먹었고 버킷 리스트에 적어놨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기말고사 기간부터 일찍 휴가를 즐긴 게 조금 흠이긴 한데.. 하튼! 휴가를 잘 보내면서 2023년을 달릴 에너지를 충전했다.
쓰다보니 회고가 아니라 밀린 일기를 쓴 느낌이다. 뭐 어떻게 회고할지는 필자의 마음 아닐까?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했던 2022년을 이 글을 끝으로 떠나보낸다. 굿바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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